졸린눈을 비비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운 좋게도 SBS에서 하는 "희극지왕"을 보게 되었다. 우선 주성치라는 이름만으로도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듯 하다.그러나, 구십 몇년도엔가 그가 출연했거나 감독한 영화 5편이 홍콩박스오피스에 올랐다는 사실을 듣고 나면 대 놓고 그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주성치 영화는 어차피 상업영화다. 코미디, 멜로, 어느 정도 상투적인 감동의 강요 등등이 어우러진, 때로는 품질 낮은 상업영화지만, 그래도 유치한 저질 코메디의 대명사로 그를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의 상업성이나 네임밸류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그의 영화에는 있다.그의 모든 영화를 섭렵한것도 아니고, 그의 팬을 자처하기엔 그의 영화를 몇편 보진 않았지만. 그의 영화에는 뭐랄까..인간적인 페이소스(주성치 영화의 매니아들이 그의 영화의 특징을 부각해서 흔히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함)가 느껴진다. 거기에는 뭔가 좀 어벙하고, 못 살고, 소외된 쉽게 말해 세상 밑바닥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물론 웃음을 주긴 하지만, 그 좌충우돌과 삶과 대항하는 그 투철한 생명력이 유치하고, 억지스럽고, 과장된 그의 코메디를 그저 그런 영화로 남지 않도록 광택을 입혀준다.희극지왕은 그의 영화중에서 그나마 좀 덜 황당하고 (홍콩레옹, 홍콩마스크를 못 보셨다면, 빌려 보시라. 사실 좀 많이 억지스럽고, 그의 스타일을 이해 못 한다면 짜증이 날 것이다.)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식신과 희극지왕이 그의 영화의 두 엑기스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또한 희극지왕의 장백지. 그녀의 아름다움은 근래에 보기드문 감동이었다. 파이란의 장백지보다 희극지왕의 장백지가 31배는 더 아름답다. 자 주성치의 영화가 궁금하다면, 당장 비디오가게로 달려가셔서 "희극지왕"을 찾으시길.
Written by 흐린날엔
Wand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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