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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오늘은 하이매틱 SD에 대한 사용기를 쓰는 날이다. 예전부터 써오려던 사용기였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맞다. 남들은 카메라 스펙을 먼저 끼워 놓더라. 로커클럽에서 사양을 슬쩍 가져와 본다.

발매년도 : 1978년
렌 즈 : Rokkor 38mmF2.7
셔터속도 : EV5(F2.7 1/4초)∼EV17(F17 1/450초)
사용전지 : 단3건전지 2개
크 기 : 127×83×54mm
무 게 : 약 330g
당시가격 : 34,300엔

이렇게 20여년을 훌쩍 뛰어 넘어 지금 내 앞에 사용기를 위해 이리저리 사진을 찍힌 이 녀석이 오늘의 탐구대상이다. 사실 로커클럽에서는 너무도 익숙하고 흔한 카메라고 검색해 보면 사용기도 꽤 많아서 더 이상 SD사용기는 정보로서의 가치는 낮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써본 이 녀석에 대한 내 느낌을 써 볼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사용기라 했으니 카메라에 대한 기능적인 부분을 전혀 무시할 수 는 없고..일단 모양 보여 드린다.



동아리후배가 버리고 간, SD를 주워쓰면서 어느날 저녁먹고 나갔던 산책에서 나는 스스로 자뻑할 만한 사진 몇장을 얻었고 그 길로 점점 SD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또한, 여기에는 별것 없는 사진이지만 많은 칭찬과 좋은 말들을 해 주신 로커회원여러분의 후의도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초점은 존포커스시스템이다. 목측식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 주거나,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카메라에 없다는 말이다. 무슨 그런카메라가 다 있느냐고 묻는 당신.. 그런 카메라도 있다. -_-;;; 시세? 현재 신품이 안 나오므로 옥션이나 로커같은 동호회장터에서 구해야 되는데 3~4만원에 구할 수 있다. 그 이상 높게 나오면 잘 안팔린다.

SD로 그간 찍은 사진들이 10롤은 넘는것 같다. SD에 미쳐서 얻어서 가지고 있던 녀석이 저속에서 셔터가 늘어지는 느낌이 나길래 좀 더 깨끗한 놈으로 같은 기종을 하나 더 샀다가 얼마전에 선물로 떠나 보내고 하나 남았다. 나도 비싼건 못 샀지만 남들만큼은 카메라편력이 있었지만 같은걸 두 개 가지고 있었던건 이 녀석이 처음이다. 물론 싸다는게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 만큼 애착이 가고 가지고 싶은 녀석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SD로 찍은 사진을 로커클럽에 올리면 가끔 어떤분들은 목측식으로 어떻게 초점을 잘 맞출수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항상 하는 대답은 "평균적인 거리 감각만 있으면 잘 맞습니다" 이다. 이건 뭐..수능끝난후 "고교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분들은 누구나 다 풀 수 있는 평이한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라면서 매년 되풀이 됐던 중앙교육평가원장의 인터뷰도 아니고..-_- 근데 평균적인 거리감만 있으면 누구나 이걸로 선명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내 얘기는 뻥이 아니다.

사실 SD를 쓰기전에는 나도 목측식카메라=내 맘대로 되지 않는 카메라라는 선입견 때문에 목측식 카메라는 쓰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아니..그렇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기계자체를 숙지해서 잘 쓴다 하더라도 이 놈의 카메라가 주인을 배신할 수 있다면, 그거 어디 성질 나서 쓰겠나?

내 경험에 의하면 실내나 어두운곳이 아닌 경우는 초점에 그리 민감하지 않아도 되며, 몇 번 찍어보면 최대개방이 되는 경우에서도 크게 초점 빗나간 사진은 얻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맑은날 보통 실외에서는 F8 또는 F11에 1/125초의 적정노출을 얻게 된다. 38mm초점거리와 조리개 F=8 에서 1m 떨어진 피사체의 심도는 0.86~1.2m이다. 즉 36cm 범위안에서는 초점이 맞는 것이다. 보통사람에게 1m 거리를 어림짐작으로 재어 보라고 하면 어떨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6cm 오차안으로는 들어 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연습하면 물론 더욱 향상 될테고.

물론 실내나 좀 어두운 상황같이 조리개가 개방이 되는 경우는 약간까다로와 지기는 하지만, 설사 약간 핀이 나간 사진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_- 걍 무시하고 사진을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아주 멜랑콜리한 감성적인 사용기를 쓰고팠는데, 나는 역시 공돌이인가보다. 심도니 조리개니 초점거리니, 적정노출이니 하는 단어가 사용기에 등장해 버리고 말았다. -_-;;;

아까 얘기한 후배가 버리고 간 카메라에 빠져들게 된 저녁산책출사 사진을 보여드리겠다.



이 녀석들 재미있게 놀고 있길래 뭘 하나 가서 봤더니 한편이 동전을 파묻고 다른 한편은 안 보고 있다가 나중에 그걸 찾고 그러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하다. 그런 의미없고 사소한 것에서도 저리 즐거워 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갑자기 내가 너무 메마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서 몇마디 얘기 붙이고 놀아주면서 사진 좀 찍겠다고 했더니 좋아들 한다. 우리 학교앞 초등학교에 다니는 녀석들인데 네명의 이름하고 반까지 적어왔다. 한 녀석은 반으로 직접 배달(?) 해 주면 안 되냐고 했던 물었는데-_-;;; 나는 "아마추어"사진가이지 배달원은 아니란다.;;; 나중에 우편으로 인화한 사진을 보내 주었다. SD와의 첫 인연을 맺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나중에 여길 떠나기전에 이 동네 지나다니다가 다시 한번 이 녀석들 본다면 무척 반가울것 같다.


공원을 산책하다 만난 주인없는 참외와 신발. 신발과 과일의 주인은 어디 갔을까? 괜히 한적해서 카메라를 꺼내 든다. 아마 공원에 있는 요철길을 걸으면서 발 마사지를 하고 계신가보다. 침이 꼴깍넘어간다. -_-;;; 하지만, 먹지는 않았다. 호..혹시 주인이 하나 먹어보라고 줬다면 마지못해 먹었을지는 모른다;;;


이렇게 마트의 쇼핑에도 함께할 수 있는 작고, 편한 녀석이다. 시커멓고 렌즈가 돌출된 카메라로 매장안을 찍는다면 당장에 매장직원들이 달려오지만 말이다.


이렇게 낯선이들도 편하게 V자를 그려주며..



학교안을 걷다 무심코 하늘을 보게 되면 가지고 있던 SD의 캡을 벗기게 된다.


인물사진에선 상반신에서 이 정도의 심도를 보여 준다. 아마 1m정도의 거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보급형디카로는 꿈도 못꾼다.



최단거리인 80cm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FDI스캔이랑 샤픈이 두드러지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감이 있지만, 내가 원래 FDI스캔을 좋아한다. 잠깐 배달 들어간 아저씨의 오토바이와 헬멧을 기숙사앞에서 찍어 본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이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수많은 질문과 답변이 되풀이 될 수 있겠지만.. 일단 즐거워야 되지 않을까? 그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취미이지 거기 끌려서 본말이 전도 되어서 뭘 원하는지 모른채 돈과 시간만 투자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취미의 차원을 벗어나는게 아닌가 싶다.

하이매틱 SD는 여러분에게 사진을 즐기게 해 준다. 내 가방안의 이 작고 귀여운 3만원짜리 필름카메라를 집어들면 그냥 즐겁게 찍을 수 있다. 초점이고, 해상도고, 셔터속도고, 조리개고 이런말 잊고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대상과 나를 이어 순간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멋진 녀석이 되는 것이다. 이 쯤에서 어설픈 SD예찬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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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Wanderer.. kwaksangh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