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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졸업할 무렵..인가 그 쯤까지 거울로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거울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낯설게 보이고, 왠지 못생겨 보이고.. 그런 이유때문이었던 듯 하다. 왜 자기 목소리 녹음해서 들어보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증세가 어렸을때 조금 심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렸을 때엔 거울을 안 보고 살았냐구?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랬던 것 같다. 사실 그 때까지 내가 거울들여다 볼 일이 뭐 있었겠는가. 들여다 보더라도 걍 대충 훑고 지나가고 마주 응시하지 못했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고등학교 무렵 자의식이라는것이 생길때 쯤 거울속의 내 자신의 모습과 맞서도 불편하지 않고, 비로소 나를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거울속의 내 모습을 실재하는 내 모습으로 인정하게 됐다고 할까.
그럼 요즘은..? 거울보면서 기분 좋을땐 "나도 이 정도면 괜찮네?"하는 생각조차도 한다. ^^ (왜 남자들은 거울보면서 자신이 잘 생겼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짜증이 난다면 익스플로어의 "뒤로" 버튼을 눌러서 돌아가셔도 좋겠다. 지금 나는 내가 잘 생겼다는 주장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건 아니므로..^^)

왜 이런 얘길 꺼냈냐면.. 오늘 우리 사진 동아리의 누군가가 벤치에 앉아 있는 내 어색한 표정의 모습을 갤러리에 올린 것이 아닌가.(그 사진을 올린 사람도 아마 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른다. ^^) 사실 난 표정이 자연스럽고 밝지 못해서 사진 찍으면 별로 잘 나오는게 없는 편이다. 사진찍는건 좋아하지만 찍히는 모델로서는 빵점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내가 보기에도 좀 어색하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그런 내 모습.. 마치 어렸을적 그 거울을 들여다 보는 기분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쩝.." 이라는 짧은 응답을 달았더니 바로 사진이 삭제 됐지만.
어느 여자 후배는 내 실물보다 사진이 훨 잘 나온다고 얘기하지만 (뻥이라고 생각하지마라. 사진보는 눈이 이상한 여자애들도 세상엔 있다. 어쩌면 실물은 별로라는 완곡한 갈굼일 수도 있고..) 뭐 사진이란게 객관적인 순간을 재현해 주는 것이니 때로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잡힌다 해도 그걸 가지고 찍사한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 모두 잡아서 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_-;;;)

뭐 어색하면 어떻고, 좀 부자연스러우면 어떻고, 못 생겨 보이면 어떤가.그런 모습들도 다 어느 순간 실재 했던 내 모습인데.. 백가지 모습의 내 모습에 다 만족하고 환호할 순 없어도(이럴 수 있다면 이것도 사실 미친놈이지 않은가? -_-), 내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준비는 이제 충분히 됐다고 생각하는데.. 어렸을때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이 생각, 저 생각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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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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