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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0.22

순간포착


우리과에는 중국에서 온 학생커플이 있다. 연인사이이면서 우리학교로 함께와 여기 있는 동안 결혼을 한 커플이다. 내 룸메이트 연구실에 있기 때문에 전에 같이 운동도 하고, 얘기할 기회가 있어서 보면 인사도 꼭 하고, 그리 친하지는 않아도 안면이 있는 편이다. 중국어로 얘기하는건 아니다, 영어로 얘기한다. 영어로 얘기가 되냐고? 따지지 마라, 하여튼 얘기 한다..-_-;;
오늘은 계속 날씨가 흐리더니, 저녁 무렵엔 보슬비가 결국 내렸다. 차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 오는데 이 커플이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갔다가 학교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갑자기 내린비라 비옷이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듯 보였다. 둘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남학생이 여학생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손으로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비에 자기 부인의 머리가 젖지 않게 손으로 머리를 감싸주는 광경이었다.
순간, "저거다!" 하는 생각에서 가방에서 작은 카메라를 빼내 들고 연구실 앞에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마도 기혼자 아파트쪽으로 가버린 듯 그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내 눈앞에 나타났더라도 내가 원하는 정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내기에 날씨나, 거리 모든 상황들이 만족스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난 다음부터는 이렇게 눈에 띄는 장면을 놓치면 정말 아쉬워 하게 된다. 그래서 작은 서브 디카를 항상 가지고 다니지만,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것 역시 쉽지 만은 않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모습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누구나 감동할 만한 순간을 운좋게 카메라로 잡아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간만의 일요일 저녁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오늘은 만족해야 하겠지. 다음에는 일상의 감동적인 모습들을 하나 둘씩 더 건져낼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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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Wanderer.. kwaksangh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