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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새

    2005.02.24

요새


며칠간 세간의 관심과, 인터넷의 화두는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이었다.

서핑중에 본 전영화부 기자였던 어느여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이은주에 대한 기억과 단상을 적은 글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 여기자의 느낌처럼, 차트렁크안에서 죽어가며 조소하듯 낄낄거리며 얘기 하던 `가희`의 모습보다, 왜 젓가락에는 디귿 받침이 아닌 시옷 받침이 들어가냐고 맑은 눈망울 굴리며 묻던 '태희'의 모습이 본래 이은주의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오, 수정"을 찍고 난 직후의 어느 인터뷰에서 "어른들은 이렇게 뒷골목에서 여자를 꼬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으니, 그 스무살 나이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녀가 여린 영혼의 소유자였음은 사실인듯 하다. 그러나 어찌하겠나. 홍상수표 영화의 장기가 사람의 속물스럽고 이기적인면들을 여지없이 까발리는것이 특기인것을..

신기하게도 시시콜콜한 아무것도 아닌일 가지고 나서서 물고 뜯고, 이유없이 욕하던 넷상의 찌질이들도 이 때 만큼은 조용하고, 너나 없이 추모의 한 마디를 던지는 것을 보면 죽음이라는것이 인간사의 가장 큰 비극인것은 틀림없는가 보다.

따져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뿐이지만, 친구라도 죽은것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는것을 보면 웬만한 지인 보다도 더 가까이 있는이들이 연예인이 아닐까 싶다. 나 조차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떠나간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동료 연기자 누군가의 말처럼, 그 절망을 뚫고 모든것을 연기에 쏟아부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간절히 남는다. 다른세상이 있다면 평안함을 얻기를 기원해 본다.

오늘, "번지 점프를 하다"속의 태희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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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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