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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중탁구부를 보고 재미있고, 웃겼다는 여자는 나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여자랑 남자가 좋아하는 웃음의 코드가 달라서 그런건지..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이 만화에 대한 호불호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이 만화는 분명 "남자용"만화인 것 같아 보인다.

하여간 첨엔 단지 웃기다로 시작해서 나중엔 참 상상력좋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말 이 만화에 숨어있는 많은 상황과 대사를 음미하다 보면, 사람이 가진 허위의식을 여지없이 까발리는 배설의 카타르시스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선의를 가지고 해석하면 금기에 대한 도전의식과 기성의 이중적인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상을 전파한다고도 할 수 있지.

이 만화가 가지는 특징은..

1. 성적인 코드가 강하다.
감히 중학생들이 이런걸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얘네들은 음란하고 되바라졌지만. 사실 위 만화에서도 지적한 듯이 남자애들이 중학교때 한번 쯤 상상은 해 볼 수 있는것들이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묘사된 그림은, 물론 덧칠이 가해지고 무한히 과장되어 가히 공포스럽기까지 하긴 하다만..중국 기공술사편이나, 다찌하라 선생 몰카편을 보면 이것들이 과연 중학생일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게 된다) 왜 남학교에서 애덜이 거울가지고 여선생님 치마속 들여다보고 그러지 않는가? 쉽게 말해서 그런 단서로부터 출발해서 확장된 것이 이 만화에 나오는 온갖 변태적이고 음란한 장난들이다.

2. 기성세대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
여기 나오는 어른들은 우선 탁구부 지도교사, 교장선생님..그 밖에 간간이 등장하는 키시모토 할머니라던가 체육선생님이나 마녀 수영부여선생님..대충 이 정도인데, 이 사람들 중에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어른은 하나도 없다. 하나같이 위선적이거나 폭력적이며, 어찌보면 애들보다도 심적으로 더 나약하고, 멍청한 모습으로만 이 사람들은 묘사된다. 이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한 마디로 loser 라는 얘기다.

3. 동성애적 코드가 숨어있다.
위 만화(강도영의 보나마나 "이나중탁구부"편)에서 지적하듯이 마에노와 이자와는 동성애적인 코드로 묶여있다. 물론 이 만화는 너무도 가벼웁고, "저질적으로" 그런 상황을 묘사하기 때문에 그 코드를 한꺼풀 안쪽으로 숨겨 놓고는 있지만. 치요꼬라는 여자후배와 이자와사이에서 눈물의 폭포를 쏟으며 고민하는 마에노의 고통을 이자와는 동성애적 유혹으로 부채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도 물론 엽기적인 명장면이긴 하다..) 이자와-마에노 커플이외에도 다른 이들의 동성애적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그런 장면이 동성애에 관한 심리를 본질적으로 묘사하거나 진지하게 다루는건 아니라 걍 한번 허무하게 웃자는 의도가 다분하므로 이런 동성애적코드는 본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만화에 야오이물이라는 동성애만화 장르가 인기장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것을 보면, 만화를 보는 주 독자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상업적인 장치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4. 인물의 개성이 매우 잘 부각되어 있다.
여기 나오는 탁구부의 주인공은 모두 6명이다. 그 외에 쿄꼬, 치오꼬라는 여학생 2명이 등장하고. 이 6명의 캐릭터는 외형적인것부터 매우 특이하여 처음 등장때부터 각 인물들의 신체적특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성격적, 심리적 특성과 성향 또한 매우 두드러지고 강하게 처음부터 어필한다. (쿄꼬의 왈패같은 성격, 다나베의 여리고 감동잘 하는 순수함, 제일 작은 키에 동안인 다나까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호색적인 면모를 가진 것 등등)
그리고 그 개성과 특징이 13권을 통해서 일관되게 이용되고 부각되는것 또한 이 만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미노루후루야가 즐겨 그리는 폭포같이 흐르는 눈물이라던가, 구름같은 가슴털이라던가, 신체중심부분에 위치한 마스크맨마크등을 통하여 인물들의 개성은 한층 두드러지고, 이 만화에 애초부터 거부감을 가진 이들을 더욱 적응하기 힘들게 만든다. 그린힐이나 크레이지군단같은 미노루후루야의 다른만화를 봐도 주인공들이 이보다 더 개성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 만화가 진짜 후루야의 대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충..뭐 이정도가 얼핏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내 생각인데... 이 텍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한번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찬찬히 읽어보고 본격 비평이라도 함 해볼까 하지만 사실 나는 일본만화에 대해서 그리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폭넓은 비교가 되지 못할것 같다. 누가 이 만화에 대한 본격 비평한 자료를 발견한다면 나에게 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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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Wanderer.. kwaksangh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