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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2009 (Southern Programmable Logic 2009) 학회에 참석하는 스케줄을 만들다 운 좋게도 동경에 들러 1박을 하는 비행편으로 상파울로행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동경에는 신군과 행찬군이 살고 있으므로 졸업식 후 2월말에 한번 놀러간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 사실 남자셋이 모여 봤자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술먹는거, 여자얘기 말고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동경은 아직 가 본적이 없는 도시라 나름 기대가 되는 일정이라 할 수 있다.

동경에 대한 첫인상은 뭐 서울과 비슷하다는 것 정도? 사람많고, 어딜가나 심지어 일요일 이른 오후에도 북적거리는 사람들, 복잡하기로 악명높은 지하철..

암튼 토요일 오후에 나리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약간의 삽질끝에 도착한 아사쿠사신사. 아사쿠사신사에 들어가는 길에 있는 상점들, 먹을거리 파는 상점들에는 일본만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정취가 녹아 있다. 정작 절 내부보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점들이 인상 깊었다.


동경에 와서 신기한 것중의 하나는 음식점 (혹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가판점등)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것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특별히 맛있는 것일까 하고 줄을 서서 먹어보면 그닥 별거 없다는 것이 신군의 전언. 그래도 일본사람들은 참을성이 많고, 유순해서 그런지 잘도 기다려서 사 먹는다.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내 돈내고 밥 사먹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질색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중의 하나.

일본의 신군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필수코스처럼 되어버린 아사쿠사 근처의 회전초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우에노 시장통의 라멘집에서 라멘(탕멘)+교자를 먹은 것이 동경여행의 핵심 일정이 되겠다. 물론 신군과 행찬군의 생사여부확인과 일본생활 얘기를 듣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긴 하겠지만.

얼마나 정신없이 초밥을 먹어댔는지 접시는 수북히 쌓여 가고, 계산서상의 숫자는 1만 몇천엔 이었던걸로 기억이 된다. (내가 돈을 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른다;;  이게 다 내가 그 동안 인덕을 쌓아 올린 덕분이다. 인심 좋고 , 마음 착한 후배들을 둔 덕분이다) 미친듯이 먹어댄 탓에 손에 달랑거리고 돌아 다니던 디지털 카메라까지 초밥집에 두고 와서 다음날 다시 그 초밥집에 가는 불편을 끼쳐야 했다. 다행이 행찬군의 일어실력 발휘로 아사쿠사 초밥집에 가기 전에 분실된 내 디지털카메라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휴~


아사쿠사 신사 입구에서 셋이 찍은 사진 한장. 밤인데 플래시 사용을 하지 않아 흔들렸다.


동경여행의 뜻하지 않은 수확은 점심 먹을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발견한 우에노시장통의 라멘집. 우에노시장은 남대문시장과 정말 비슷한 개념의 재래시장인데 김, 젓갈, 생선같은 해산물을 많이 파는 시장이다. 이 시장통 안을 두리번거리다 허름하고도 작은 라멘, 교자를 파는 식당을 발견했는데 여기도 역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기다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일단 패스후에 시장통을 배회해 봤지만 적당한 다른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시장통 블럭을 한바퀴 돌아오니 재수 좋게 줄 선 사람이 두셋정도로 줄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에서 먹은 라멘은 대성공. 일본에는 라멘의 종류도 수십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맛있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대 성능비도 높은것이 다만 아쉬운 것은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먹다 보니 너무 느끼하다는 것. 김치를 아주 즐기지 않는 나이지만 김치 생각이 간절해 지는 순간이다. 탕멘이라는 이름을 가진것으로 보아 중국스타일의 라멘이 아닐까 신군과 짐작을 해 본다. 중국음식은 기름, 향채빼면 시체라 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그 우에노시장통 라멘집 탕면의 사진이다. 다시 보는 순간 침이 넘어간다.



미식가축에도 못 끼던 내가 여행에서 식도락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걸 보니 이것도 나이드는 증거인가 ㅎㅎ. 우에노 시장통의 라멘집은 동경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더 유명한 라멘집도 많겠지만, 우리 GIST출신 삼총사가 헤매다 발견한 집이라 애착이 더한다. 사진을 찍어 왔다.

그리고... 신군과 행찬군에게 빌 붙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나리타를 떠나 상파울로로 향할 시간. 일생일대의 환대를 뒤로 하고 나리타공항에서 석별의 정을 타임 한가치씩으로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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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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