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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에 육박하는 비행시간을 보내고 나니 동경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상파울로에 도착한다. 잠을 자도 잔것 같지가 않고, 제대로 씻지 못해서 몸은 기름에 쩔고, 연속 4번의 식사를 기내에서 먹으니 몸이 방부제로 차오르는것 같은 느낌에 마지막에는 피곤함과 불편, 수면부족으로 몸이 물렁물렁 녹아 내리는 느낌이 든다.

정말..라틴아메리카는 한국에서 올 곳이 못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공항을 벗어나 상파울로까지 들어오면서 받은 느낌은 이 곳은 정말 이국은 이국이다라는 것. 모든 것이 새롭고 다르다. 일단 날씨가 더운데 무덥지는 않고, 조금 뜨거운 햇살이 느껴진다. 영어가 안 통해서 며칠 답답하겠군 하는 생각이 공항에  내리자 마자 퍼뜩 들었다. "전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공항직원으로 보이는 아줌마에게 불을 빌려 동경에서 신군이 넣어준 타임 한갑에서 담배 한가치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상파울로 시내로 직행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택시안에서 찍은 "과를로스 공항"에서 상파울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변 한 장면..하늘은 맑고 햇살은 뜨겁고, 사람들은 한 마디도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뱉어 낸다.



일단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30시간의 비행기 여독을 샤워로 조금이나마 씻어 냈다. 왠지 호텔에 앉아 있으면 앉아 있을 수록 시간 낭비인 것 같아, 무작정 호텔을 나서 시내로 가보기로 결심. 오기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파울로 현대미술관 (MASP)을 둘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목적지를 거기로 잡고 호텔을 나섰다.

지하철역을 걸어서 가보겠다고 호텔을 나섰다 길을 잃고 공원에 들어섰는데, 허걱 공원입구에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길을 물어 보니 역시 뭐라 알 수 없는 포르투갈어로 설명을 하는데, 대충 손짓을 보고.. 쓸데 없지만 공원 사진 한번 찍어 봤다.


그러나 지하철역은 결국 찾지 못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에서 지하철역까지는 택시로 15분정도가 걸리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던 것. 결국 헤매고 헤매다 호텔근처에서 점심겸 저녁을 때우고, 햄버거집 아줌마의 도움을 얻어 미술관을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이 아줌마 근데 너무 친절하시다. 브라질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틀어서 제일 친절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 아줌마 10년만 젊었어도 아마 내가 청혼했을 것이다 -_-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실 브라질 사람이 영어 못해서 내게 미안할 것 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아주머니께서는 다른  브라질 사람들이 비해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는 분이셨다), 메모지에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써서 주며 이렇게 쓰면 더 이해 하는 것이 쉽냐..물어 보며 필담으로 얘기 하고, 택시 불러 주고, 잘가라며 등까지 두드려 주시던 친절한 아줌마.(사실 영어가 필기체라 말하는 거나 글로 쓰는거나 이해하기 힘들기는 비슷 하다;; 하지만 사장 아주머니의 정성이 고마워서 "이렇게 써 주셔도 글씨를 알아 보기 힘들어 말로 대화하는거나 그게 그거 예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시 상파울로에 갈 일이 있다면, 여기서 햄버거를 한번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상파울로 도착 첫날이라 피곤함과 긴장 때문에 제대로 감사표현도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찾아 보니 이 햄버거집에서 G1으로 찍은 필름사진 한 컷이 나온다. 아줌마 사진을 한장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생각을 그땐 못했었다. 햄버거가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가격은 저렇게 세트로 17,000원 정도 였으니 싸지는 않다. 하지만 친절한 아줌마 때문에 모든것이 용서가 되는 곳. ㅎㅎ


그리고 택시를 타고 도착한 MASP (Museum of Art at San Paulo). 그런데 개관시간이 5시까지라 내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문을 닫아 버렸다. 사실 5시에 도착하면 문을 닫는 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택시안에서 목적지를 바꿔서 시내 중심가의 Se 성당으로 가려고 기사아저씨에게 설명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햄버거집에서 아줌마가 알려준대로 MASP을 목적지로 생각하고 그냥 데려다 준 것이다.

MASP 건물이다. 미술관이라 나름 감각적으로 지어진 건물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긴, 상파울로 시내의 건물들은 시멘트모양 말고는 별로 느낄게 없으므로 저 빨간색 건물이 조금 튀어 보이기는 한다. 오히려 저 건물자체보다는 건물 밑의 광장과 광장 뒤로 바라 보이는 시내의 경관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저 미술관안에는 고갱, 르누아르등 우리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유명화가들의 그림도 꽤 전시돼 있다고 하는데..아쉽지만 내일 들르기로 하고, 시내 중심에 있는 Se 성당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출발. 상파울로의 물가가 사실 아주 싼편은 아니고 서울과 비슷한 정도.. 택시를 한번 타고 15분 정도를 이동하면 15~20 레알 정도가 나온다. 현재 환율기준으로 1레알=700원 정도.

그 유명한, 상파울로 방위의 기점이 된다는 Praca Da Se (세성당 광장)에 도착했다. 17세기에 최초로 지어졌다는데, 사실 불에타서 지금 성당은 1940년 대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 한다. 그래도 성당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성당 내부도 굉장히 천장이 높고, 소리가 전체 성당 안에 매우 천천히 퍼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내가 들어 갔을때 무언가 말하던 사람의 소리가 웅장하고도 낮게 온 성당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성당을 다니지 않는 나조차도 경건해지는 판국이니, 카톨릭신자들은 매우 홀리해 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라 추측해 본다.


바로 윗 사진을 보니까 왠지 영화 "사선에서"의 한 장면이 생각 난다. 클린트이스트우드가 메모리얼 마뉴먼트(이걸 우리말로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광장 계단에 앉아 르네 루소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르네루소가 뒤돌아서 총총 사라지는 장면인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돌아본다..돌아본다.."라고 중얼거리고 몇십 미터쯤 걸어가던 르네루소는 정말 뒤돌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마음에 드는 여자와 작별인사를 하고 저 사람이 나를 돌아 보는지 돌아 보지 않는지 집착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쉽게도 작별 인사후에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면서 다시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거나 나를 쳐다 보는 여자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암튼..시내를 조금 돌아다니다, 시내 슈퍼마켓에서 열대과일 (망고?)과 음료수를 몇 병 사서 호텔로 돌아오는 것으로 상파울로의 첫날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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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흐린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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